전기요금은 한 달 사용량 전체에 같은 단가를 곱해서 나오지 않습니다. 구간을 나눠 계산하고, 높은 단가는 경계선을 넘어간 만큼에만 붙습니다. 겨울이나 봄에 300kWh를 썼다면 앞의 200kWh에는 1구간 단가가, 남은 100kWh에만 2구간 단가가 붙습니다. 이 구조를 모르면 “에어컨 끄기” 같은 막연한 절약만 하게 됩니다. 이 글은 내 사용량이 어느 구간에 걸쳐 있는지 찾아내고, 그 위치에 따라 절약 순서를 다르게 잡는 방법을 다룹니다.
한국전력이 실제로 쓰는 구간과 단가
주택용 전력(저압)은 사용량이 늘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3단계 구조입니다. 아래 숫자는 한국전력공사가 공개한 주택용 전기요금표의 값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2024년 7월 1일 기준 공개본 · 2026-08-31 확인).
| 구간 | 기타계절(1~6월·9~12월) | 하계(7월 1일~8월 31일) | 기본요금(원/호) | 전력량요금(원/kWh) |
|---|---|---|---|---|
| 1구간 | 200kWh 이하 | 300kWh 이하 | 910 | 120.0 |
| 2구간 | 201~400kWh | 301~450kWh | 1,600 | 214.6 |
| 3구간 | 400kWh 초과 | 450kWh 초과 | 7,300 | 307.3 |
표를 가로로 읽으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단가는 계절이 바뀌어도 그대로고, 경계선만 여름에 위로 올라갑니다. 여기에 여름(7~8월)과 겨울(12~2월)에는 1,000kWh를 넘는 사용량에 736.2원/kWh가 따로 붙습니다.
계산은 “나눠서 더한다"가 전부입니다. 기타계절에 300kWh를 썼다면 200kWh × 120.0원 = 24,000원, 남은 100kWh × 214.6원 = 21,460원이므로 전력량요금은 45,460원이고 여기에 기본요금 1,600원이 더해집니다. 300kWh 전체에 214.6원이 붙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고지서에는 이 위에 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전력산업기반기금·부가가치세가 더 얹히므로, 여기서 계산한 값은 요금의 뼈대라고 보면 됩니다.
내 구간이 어디냐에 따라 절약 순서가 달라집니다
같은 1kWh를 줄여도 내가 서 있는 구간에 따라 아끼는 돈이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그래서 절약의 첫 단계는 참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아는 것입니다.
1구간 안에 머물러 있다면 1kWh를 줄여 아끼는 돈은 120.0원입니다. 에어컨을 하루 한 시간 덜 켜도 고지서 금액은 눈에 띄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냉난방을 더 참는 것보다, 하루 종일 전원이 꽂혀 있는 기기 쪽을 한 번 훑는 편이 낫습니다.
경계선을 넘어 2구간이나 3구간에 걸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넘어간 분량에는 214.6원, 더 넘어가면 307.3원이 붙습니다. 같은 한 시간을 줄여도 아끼는 돈이 1구간의 두 배에서 두 배 반입니다. 그래서 절약 효과가 가장 큰 사람은 이미 경계선을 넘긴 사람입니다. 가장 비싼 단가가 붙던 사용량부터 깎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내 구간을 모른 채 “일단 에어컨부터"로 시작하면, 아끼는 돈은 얼마 안 되는데 참는 시간만 길어집니다. 순서가 틀린 절약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여름 두 달만 경계선이 위로 올라갑니다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1구간 경계가 200kWh에서 300kWh로, 2구간 상한이 400kWh에서 450kWh로 올라갑니다. 단가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기타계절이었다면 3구간에 들어갔을 420kWh도 여름에는 2구간 안에 머뭅니다.
여름에 실제로 지켜볼 선은 450kWh입니다. 이 선 아래에 있는 동안은 넘어간 분량에 307.3원이 붙지 않습니다. 반대로 450kWh를 코앞에 둔 상태라면, 그때부터 줄이는 한 시간의 값어치가 갑자기 커집니다. 여름 두 달만큼은 “무조건 아끼기"보다 “450kWh를 넘기지 않기"가 더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고지서 한 장으로 3분 안에 내 위치 찾기
- 고지서에서 이번 달 사용량(kWh)을 찾습니다. 요금 총액이 아니라 kWh로 적힌 숫자입니다.
- 지금이 7~8월인지 아닌지에 따라 위 표의 어느 열을 볼지 정하고, 내 사용량이 몇 구간에 걸쳐 있는지 확인합니다.
- 경계선을 넘겼다면 넘어간 분량이 몇 kWh인지 적어 둡니다. 그 숫자가 이번 달에 깎을 목표치입니다.
- 1구간 안이라면 목표치는 없습니다. 냉난방을 더 참는 대신 상시 전원 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매달 경계선 언저리에 걸쳐 있는 집이라면,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 중간 사용량을 한 번 확인해 두면 손 쓸 시간이 생깁니다. 한국전력 온라인 창구에서 고객번호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관리비 고지서에 전기요금이 함께 찍히는 아파트라면 관리비를 세 덩어리로 나누는 순서 를 먼저 보는 편이 빠릅니다.
저는 그래서 “에어컨을 아껴 쓰라"는 조언을 먼저 꺼내지 않습니다. 그 조언은 3구간에 선 집에는 큰돈이 되고 1구간에 선 집에는 참은 시간만 남기는데, 둘을 갈라 주는 것은 요금표의 경계선뿐이기 때문입니다.